그리운 나의 벗이여
어느 가슴 답답한 날
가을숲에 가보셨습니까
그곳의 고요함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보셨습니까
여름날의 화려함을 이제는
벗어버리고 갈색의 쓸쓸함만이
가득하지만 가을숲은 오히려
우리에게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삶으로서의 높고 높던 꿈들을
인생으로서의 많고 많던 희망들을
이제는 조용히 낮추고 줄이는 것이
지금 우리의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을
높은 것을 많은 것을
갈망하던 지난날들이
살아 푸르던 잎새 같았지만
지금은 그런 욕심이
갈증 난 낙엽처럼 아무 쓸모없는
인생의 짐이라는 것을
벗이여 우리는 이제 가을숲의
고요한 침묵과 잔잔한 평화가
우리의 내면 가장 깊은 곳의
삶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가을의 고마운 선물임을 감사합시다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