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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에게

밤새 내리는 비로 축축이 젖은 이 아침 이유를 알 수 없는 긴 한숨으로 아침이라는 설렘은 힘없이 흐느적거리고 그래서 지난밤 온 밤을 하얗게 새우도록 내 마음속에 그리던 그 많은 소중한 것들도 비에 씻겨 가는 이 아침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의 인과 속에서 붙잡을 수 없는 세월은 사람은 추억은 흐르는 이 비에 떠나보내고 내가 할 일은 다시는 추억하지 않도록 깨끗이 잊자고 다짐하는 것이다 아 그러나 실로 고백하건대 어찌 그리움에 마음 아파하던 날이 오늘뿐이더냐 숙명 같은 그리움은 실로 오늘도 아프고 내일도 또다시 아프고 영영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인 것을

나의 이야기 2009.02.15

벗에게

바닷가 모래알처럼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오직 그대란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과 섞이지 않고 홀로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바위가 부서져 모래알이 될만큼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 오직 그대란 사람만이 내 마음 속에 변하지 않는 금강석처럼 존재합니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 바닷가 새하얀 모래알처럼 오직 그대란 사람만이 삶의 고뇌에 검푸르게 찌든 나의 영혼을 티끌 하나 없이 말끔하게 씻어줍니다 그래서 당신은 바닷가 모래알처럼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밤하늘 어느별보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내 마음에 보석같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 2009.02.15

벗에게-- 붙들이

붙들이.... 시골 할아버지 마을의 조금은 낯익은 사내 그의 부모가 자식들이 낳자마자 죽자 마지막으로 하나 붙잡아 보자고 지어주었다는 그 이름 그의 본명은 아니지만 그는 늘 붙들이라 불리었다 그는 나보다 서너 살이 위였으나 늘 나에게도 말을 놓지 않는 순하디 순한 선량한 사람이었다 가진 재산이라고는 아기 손등만 한 고추밭 하나가 전부 그는 여름 내내 깡마른 검은 얼굴로 낡은 러닝셔츠와 해어진 바지를 입고 그 척박한 고추밭에 붙어살았다 붙들이라는 슬픈 이름을 지어준 그의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다 하니 그에게는 아무 혈육도 없었다 나 같으면 때로는 울적함에 신세한탄이라도 할 텐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도 불만도 슬픔의 기색도 없이 그의 얼굴에는 늘 이해할 수 없는 선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래서 가끔 주막에서 ..

나의 이야기 2009.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