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리는 비로
축축이 젖은 이 아침
이유를 알 수 없는
긴 한숨으로
아침이라는 설렘은
힘없이 흐느적거리고
그래서 지난밤
온 밤을 하얗게 새우도록
내 마음속에 그리던
그 많은 소중한 것들도
비에 씻겨 가는 이 아침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의 인과 속에서
붙잡을 수 없는
세월은 사람은 추억은
흐르는 이 비에
떠나보내고 내가 할 일은
다시는 추억하지 않도록
깨끗이 잊자고 다짐하는 것이다
아 그러나 실로 고백하건대
어찌 그리움에 마음 아파하던
날이 오늘뿐이더냐
숙명 같은 그리움은 실로
오늘도 아프고 내일도 또다시 아프고
영영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