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들이....
시골 할아버지 마을의 조금은 낯익은 사내
그의 부모가 자식들이 낳자마자 죽자
마지막으로 하나 붙잡아 보자고
지어주었다는 그 이름 그의 본명은
아니지만 그는 늘 붙들이라 불리었다
그는 나보다 서너 살이 위였으나
늘 나에게도 말을 놓지 않는 순하디 순한
선량한 사람이었다 가진 재산이라고는
아기 손등만 한 고추밭 하나가 전부
그는 여름 내내 깡마른 검은 얼굴로
낡은 러닝셔츠와 해어진 바지를 입고
그 척박한 고추밭에 붙어살았다
붙들이라는 슬픈 이름을 지어준 그의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다 하니 그에게는 아무 혈육도 없었다
나 같으면 때로는 울적함에 신세한탄이라도 할 텐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도 불만도 슬픔의 기색도 없이
그의 얼굴에는 늘 이해할 수 없는 선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래서 가끔 주막에서 그와 함께 술이라도 한 잔 할라치면
세상의 욕심에 사나워진 나의 마음 한 구석이 부끄러웠고
한편으로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그의 삶이
늘 가난한 것이 너무도 안쓰러워 보였다
어느 날 문득, 다시 찾아간 시골 마을
길가의 그의 고추밭에 잡초가 무성한 걸 알았고
그는 지난겨울 지켜보는 이 없이 너무도 외로이
그의 초라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평생을 친구도 없이 지낸 그는 장가도 못 간 총각이었다
아 인생은 역시 그렇게 슬프고도 또 슬픈 모순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