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벗에게

한미르여 부활하라 2009. 8. 29. 21:47

 

 

흘러가는  구름 만이  지나 가는  벗인양

 잠시 내 마음에  머무는 무료한 늦여름 오후 
빈 방에 나홀로  조용히 눈을  감고 누웠습니다

 

 

아마도 하늘이 더없이 높고 푸르러서 그런 것인가

멀리만  보이던  창밖 풍경이 나를  손짓해 부릅니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무  잎새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옵니다  

 

 

여름 한 때 소음처럼 들리던  매미 소리가

아득하게 멀리서 들립니다  지난 여름  그렇게  

사납게  울어대던  매미들의 울음 소리도

이제는  계절의  변화처럼  점점  작아지기만 합니다

 

  

문득 산사(山寺)의 어느 늦여름이 생각납니다

처마끝  풍경  소리만이  번뇌와  해탈의 허튼 경계를 분별하는

왜곡된  무명(無明)의  업보를  비웃듯이  크게 소리 내어  울고

 유유히 흐르던  운무가  갑자기  침묵의  산봉우리를  맴돌아

흔적없이  하늘끝으로  사라져 가던  어느 늦여름날 

 

 

그렇게 그해  여름을 온통  서늘한 고독으로 더위를 좇던 시절 

하지만  그날의  나는 지금 여기 아무 흔적도 없습니다  다만  한여름의

햇볕처럼  뜨거운  세상사에  점점 더  탈진해 가는 마치 가뭄든

풀잎처럼  후줄근해진 모습 ....  그렇게  지금의  나만이 존재합니다

 

 

한 줄기 소나기가  늦여름의   마지막  초록을  더욱  빛나게 하고

창가에  어른대는 알 수 없는  공허함만이  점점  뜨겁게  타오르는 오후  

계절은 그  마지막 열기를 한 줌  남김 없이 태워 이별을  준비합니다 

아마도  그렇게 가을의  도래가  전조되고 있나 봅니다

 

  
가을은 그렇게  늦여름의  마지막  열기를  앞세워  

온전하지  못한  미숙하고 천박한  나의  가슴을  서서히 

녹여 내어  실로 성숙하고 숭고하고 풍요한 가을 성찬을 준비합니다

그러므로  이  가을은  그  산사의  어느 고요하고  맑게 개인

가을  아침처럼  소박하고 소리 없이  걸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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