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인양 그대 향한
그리움이 침묵의 긴 한숨으로 서녘을 물들일 때
세월은 점점 가을로 치닫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가을이 깊어가는 것처럼 그대에 대한 그리움도
보라색 저녁 노을처럼 더욱 더 짙어만 가니
아 가을은 그대에게 향하는 그리움의 징검다리입니다
아직도 나의 그대 향한 사랑은 한여름의 환한 초록이지만
깊은 밤 가을의 전주곡처럼 가슴으로 와 닿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오늘밤도 감당할 수 없는 불면의 서글픈 노래라 하겠습니다
실로 나는 상록수의 사시사철 한결같은 사랑을 꿈꾸었지만
그대의 사랑은 우리의 운명 앞에 낙엽으로 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긋난 우리의 사랑은 이 가을 아무런 열매도 맺지 못하고
길가의 누렇게 시드는 풀잎들처럼 바람 따라 옛 사랑을 노래합니다
그러므로 세상의 가을은 풍요의 가을로 도래하지만
나의 가을은 언제나 가난한 추억의 가장자리 무인의 곁길로만
맴돌다 혹여 잠시 스치우는 그대의 발걸음 소리에
영영 치료할 수 없는 가을의 암연에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