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나는 이제 가을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괜시리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을 계절 탓이라 한다면
아마도 낙하하는 낙엽의 운명 같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사 영원한 것이 없기에 낙엽이 지어야만
새로운 잎새가 피는 것이며 계절이 가고 오는 것이 순리입니다
가을이 깊어 가는 것처럼 저물어 가는 인생의 무게에
눌려 살아 우리에 갇힌 맹수처럼 생기없는 얼굴이라 하여도
사람들은 각각 제 나이만큼의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재산이 많고 명예가 드높아야만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하찮은 일이라 길가의 무명꽃처럼
시달리고 무시당하더라도 저물어 가는 서녁의 노을이 때로는
더 아름다운 것처럼 이 세상에는 그 하찮은 일도 꼭 필요한 것입니다
살아 온 인생의 뒤안길에 낙엽이 소소히 쌓이듯이
낮게 드리운 삶의 서글픔이나 서러움마저 이제는
인생의 가을날의 아름다운 수확물이라 감사히 여겨야 합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삶의 의미가 점점 두터워져 가는
가을의 진실한 의미를 깨달아야만 하는 오늘밤의 사색은
내가 짊어진 삶의 무게가 밤하늘의 신비처럼 더없이 !!!
순결하고 순수한 버릴 수 없는 소명임을 별빛으로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