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본질은 갈색의 묵언이다
소멸의 아픔마저도 한마디
신음조차 내지 못하는 말없음표
차라리 내 추억의 여백마다
푸른 이파리처럼 살아 있는
그대의 영혼을 가을이라 불러내어
뜨거운 입맞춤의 통곡을 하리니
서러운 묵언의 가을아
부디 그 외로운 침묵을 깨어
차가운 내 고독의 장막에
그대라는 재회의 문을 열어다오
그렇게 가을의 오후는
그리움이라는 사념의 오솔길에서
추억의 낙엽을 밟으며 정처 없이
방황하는 것이려니 아 그래서 가을은
실로 고백하건대 점점 나이만
들어가는 빈 가슴의 울림통을
추억의 활대로 아무리 비벼댄들
그 누군가 들어줄 리 없는
외로운 세레나데를 나 홀로
읊조리는 가장 고음의 말없음표이구나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