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세월의 질주에
깡소주 마시듯 사납게 취했나
계절의 색깔은 온통 우울한 갈색일 때
길가의 낙엽들은 불어오는 북풍에
그 마지막 비상을 맡기는 듯이
온통 사방에 질펀하게 널려 있다
무심히 살아온 지난날들이
이제 나에게 복수하는 듯이
날마다 후회와 연민의 눈물로
나의 심장을 아프게 찌를 때
여름날의 생기 넘치는 풀꽃들처럼
우리네 찬란하던 청춘의 시간도
인생의 가을 앞에서는 낙엽처럼
아무런 흔적 없이 사그라질 때
아 그렇게 나이 듦의 세월이
그냥 이유 없는 아픔이라는 것을
가을의 숙명처럼 몸서리치게 느껴질 때
아 그래서 가을은 야금야금 우리 곁에
다가와 소리 없이 머물다 가는 것이다
그렇게 가을은 우리에게 무언의 방관자이지만
실로 세월의 무상함을 누구보다 우리에게
무겁게 던져주는 무정한 시간의 무법자이다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