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이별의 지금 이 순간 나의 마음은
너무도 서글프게 가뭄이 든 여름날의
여린 풀잎처럼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사랑은 인연따라 그저 주어지는 운명이라 생각했건만
지금 이 순간 그 사랑을 지켜내지 못한
너와 나 우리의 영혼의 가난은 차라리 절망이다
여름날의 태양처럼 뜨겁게 타오르던 정열의 추억은
추수가 끝난 가을 들판의 서글픈 침묵처럼
변해버린 나의 마음 속에서 마지막 비상을 위하여
허튼 날개짓을 퍼득거리니 그 이별의 비애가 너무도 무겁다
아 !!! 우리는 정말 서로가 서로를 사무치게 사랑하였던가
그보다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였던가
아마도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는 아쉬운 고백이
그래도 지금 이 순간에 마지막 고마운 이별의 선물이다
너와 나 우리가 사랑하던 나날들이 저 멀리 떠나가고 있다
오직 행복만을 꿈꾸던 아니 만끽하던 그 나날들이
이제 잊어야 할 추억으로 변하여
어두운 망각의 강을 따라서 저 멀리 흘러가고 있다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가에 늦여름의 퇴약볕이
뭉툭한 흉기처럼 나의 머리 위를 아니 가슴을 내리친다
감당할 수 있을까 스스로 물어보는 너무도 힘든 이별이다
이제 서글픈 외로움이나 안쓰러운 고독은
그냥 나 혼자만이 짊어져야 할 내 그림자같은 업보다
아 그러나 실로 고백하노니
너는 나의 마음 속에서 영원한 그리움이자
또 그렇게 영원한 안식처가 될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나그네를
변함없이 맞이해주는 동구밖 아름드리 나무처럼
내 마음에 늘 푸르른 생명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