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한 해의 종점에
겨울이라는 마지막 정거장이
인적 끊긴 고독한 적막을 드리운 채
외롭게 서있음을 쓸쓸하게 지켜볼 때
뜨거웠노라 풍요웠노라
한껏 우쭐하던 지난 추억들이
떠나버린 막차처럼 영원히 잊혀저 가는
세월의 무상함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때
맹목적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겨울의 고된 숙명처럼 우리의 가슴이
이율배반적으로 봄을 그릴쯤이면
문득 우리는 깨닫게 되리라
우리가 시간의 강물을 따라서
산과 들을 굽이쳐 더디게 가더라도
결국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