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탁하디 탁한 세상사
더러는 못 본 척 모르는 척
그래서 아마도 이 땅에는 오직
안온한 평화만이 존재하는
그런 순백의 세상이 눈꽃처럼
피어나는 그런 상상의 겨울이
바로 오늘이라면 지금 내리는
저 함박눈은 실로 눈물과 절망과
그렇게 살아 슬픈 이런저런 인간사
잠시나마 흰 눈의 고요 속에 물어도라는
하늘의 고마운 뜻이려니 그래서
오늘은 아름다워 눈이 부신 날입니다
여태껏 살아 한 번도 내리는
눈 때문에 나는 누군가를 향한
알 수 없는 그리움을 키운 적이 없건만
오늘따라 쌓이는 눈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벗이여 그대가 그리운 이유를
혹여 그대는 나보다 더 많이 아십니까
고백하건대 고독에 사무쳐 살아온
지난 시간이 늘 아픈 바람 같은
나날이었다면 이제는 그 아픔 잠시나마
가슴에서 꺼내어 빈 창가에 걸어두려니
그대여 오늘처럼 함박눈 송이송이
내리는 고요와 평화가 가득한 날에
한 아름 그대의 사랑을 만끽할 수 있도록
그대 눈을 타고 오소서 눈 내리는 날 오소서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