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내가 그대에게
그 어떤 소식도 전하지 않는 것은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로 또다시 서글픈 외사랑의
시작이 너무도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람결에 실려 오는
그대의 환한 미소가 고운 체취가
겨울을 이미 지나 봄의 들꽃처럼
내 마음속에 만발하여도 나는 차라리
영원토록 망각의 겨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실로 하루가 저무는 것이
일 년이 저무는 것처럼 너무도 허무한
생각이 드는 것은 단지 우울한 계절의
그저 그런 상념이 아닌 것을 그냥
모른 척 버려둘라 치면 실로 고백 하건데
아마도 벗이여 그대라는 의미는
내 죽어 육신이 흙이 되는 그 날까지
말없이 나 홀로 흘려야만 하는
한없는 그리움의 그 모든 것임을
나는 이 겨울 북풍의 매서운 한기처럼
가슴 시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벗이여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