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인생의 지나간 여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 하지만
내 서글펐다고 하여도 그래도
청춘이었어라 그 나날들이
이루지 못한 사랑이었을지라도
이 가을의 성찬 위에서
나는 아직도 흐르는 세월의
눈물보다 더 슬픈 눈물을
나 홀로 삼켜야만 하리니
우수수 낙하하는 낙엽의 눈물인 듯
사라진 청춘의 서글픔의 눈물인 듯
뼛속까지 스미는 차가운 가을비가
여름날의 장맛비보다 더 나리는 이 가을에
벗이여 나로 살아서 또 너로 살아서
그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다 무엇 이리오
실로 산다는 여정은 차라리 고행이리니
거창한 수식어도 의미부여도 필요 없이
인생은 본래부터 지독한 고독으로 터를 잡아
사는 것이라오 그렇게 자조할라 치지만
고백하건대 나는 실로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너에 대한 절실한 그리움으로 매일매일
수취인 불명의 편지를 쓰고 또 쓰고 있나니
벗이여 아 애달프다 나의 허무의 노래여!!!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