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지금 여기는
너와 나 우리의 타향
우리는 이 타향에 따로
또 같이 존재하는 이방인들
언젠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고향으로 떠나가는 그날 우리는
영영 재회 없는 이별을 할지니
고향의 주소는 아무도 모르리
가는 길도 돌아오는 길도 아무도 모르리
하지만 어느 날 때가 되면 우리
모두 반드시 떠나야 하리
이 낯선 타향에서 잠시 서로가 함께한
그 모든 웃음과 눈물 희망과 절망 용서와 분노는
한 줌 남김 없이 추억 속에서 비워내고
가난한 빈손으로 떠나야 하리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고향으로 떠나면
이 낯선 타향에서 서로 사랑하던 것처럼
더러는 그리워하던 것처럼 더러는
사무쳐 영원히 추억하던 것처럼 그렇게
한평생 뜨겁게 살지는 못하리니
아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고향으로 떠나는 그날을 위해
인생사 모든 희로애락을 스쳐 가는 바람처럼
비워야 하리 버려야 하라 잊어야 하리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