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저녁 무렵
습관처럼 저절로
지난 추억들이 생각난다
이미 지나간 시간
되돌릴 수 없음을
알지만 후회와 연민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애써 모른 척 집 밖을 나서면
이제 가을을 흠씬 머금은
바람은 어딘가 차갑고 쓸쓸하다
뒷산의 이름 모를 작은 새가
훠이훠이 날아가고
서녘하늘의 보랏빛 노을이
층층이 쌓이는 모습이
수많은 어제들의 모습 같다
그저 안타까움이라
한 가지 감정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아마도
늙어가는 나이 탓인가
유한한 존재의 숙명은
계절병처럼 왜 가을날에
더 사무치게 느껴질까?
마치 낙엽 하나에도 인생의
무엇이 무너지는 것처럼
밤새도록 아리고 쓰라리겠지
낙엽의 숫자만큼 너에 대한
그리움이고 외로움이라
그렇게 아픈 추억이더라
그래서 중년의 가을은 괜스레
허전하고 허무하기 짝이 없더라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