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나에게 가을은
고독의 바다 위에서
정처 없이 떠도는 침묵의 난파선
이름 없는 물새만이 간간이
날아드니..... 그래서 스스로
그리움과 추억의 노를 저어
가을이라는 바다를 가로지를지니
고독으로 수척해진 내 영혼에
행복이라는 그 뭍에서의
모든 시간이 아마도 몽환이고
은유이고 결국은 사라질 환상이었던가
가을이라는 고독의 바다에는
그 어떤 재회의 이정표도 없나니
무의식 이라는 또 다른 의식으로
사방을 두루 살피며 끊임없이
기다리는 그대의 흔적들
그러므로 벗이여 고백하건대
인내라는 자의식마저도
이제는 서서히 무너져가는
중년이라는 인생의 여정 앞에서
나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고 싶나니
아 그리운 나의 벗이여 깊은 밤
나는 오늘도 불면의 하얀 벽 앞에서
무한의 허무와 고독의 붓질을
밤이 새도록 훠이 훠이 칠하고 있다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