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길쏘냐 몹시도 부대끼던
여름과 가을의 기세가 서서히
가을로 기우는구나! 일교차가 큰 걸 보니
뙤약볕 더위가 슬슬 추락하더니
여름은 훌훌 그 모든 영광 버리고
시나브로 먼 길 떠나갈 채비를 하네
붉게 뜨겁게 여무렀던 그 여름날은
젖비린내 가득 밴 초가을이
혹여 두려울까 아니면 마음이 넓어서일까
슬며시 주인공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그래서 그렇게 어느 가을날 코스모스
온 세상에 여울진 참가을이 오면
하늘은 높고 푸르러 잠자리 드높게
비상하고 들판엔 황금 물결 출렁일 때
내 마음에 차분히 도지는 가을 서정
그것은 아마도 그리움이리니 혹여
어느 가을밤 언덕에 두둥실 보름달
떠오르면 혹여 그 속에 그대 얼굴 보일까
온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네! 나의 벗이여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