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극성맞던 여름날도 쇠하고
그렇게 우리네 삶의 열정도 식어가면
거기 빈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
아마도 시간의 강물 뒤편에는
그 인생이라는 희로애락이 뒤범벅된
추억의 영화 한편이 그리움이라는
입장료와 함께 상영되겠지 벗이여
매끄럽던 피부도 어느새 딱딱한
각질층이 조금씩 시나브로 늘어나건만
사랑이라는 그리움이라는 충동을
가라앉힐 줄 모르는 내 심장을 어이할까 ?
너를 사랑하였기에 너무나 사랑하였기에
지난 여름처럼 열정 가득하던 나의 시간들이
너의 빈자리 공허함만 가득한 이 가을날에는
나에게는 외로움만 익어가는 적요한 시간이리니
어느 누구의 삶에는 이 가을날에
달디 단 행복의 열매도 많이 수확하려만
혹여 나의 가을은 한 잎 낙엽처럼 뒹굴다
겨울의 차디찬 북풍 앞에서 소멸의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만이
이율배반의 풍요를 이룬다 벗이여
아 벗이여 누군들 소멸치 않으리오
시간의 강물과 한몸으로 흐르는 우리네 숙명
하지만 나는 어쩌다 세상을 사납게 굽이치는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무인의 계곡에서
오직 그대만을 기다리는 한 그루 소나무가 되어
그토록 그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가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