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세월의 아흔아홉 구비를
도는 지금 이 순간 물처럼 흘러라
굽히고 막혀도 결국 흘러가리니
세월의 강물 따라 흘러가리라
살아 그 어떤 웃음도 눈물도
다만 순간순간이리니 세월의
강물에 빈 배처럼 띄워 보내라
추억 속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겨울이라는 묵언의 그 성난
함성에 죽음처럼 조용히 귀 기울여라
생명 없는 저 들녘의 고요함 속에서
존재로서의 고통과 슬픔을 음미하라
겨울을 사는 아니 이겨내야 하는
그렇게 매 순간 통렬한 삶의 모습에
영혼이 찢어지는 듯한 후외와 연민의
검붉은 각혈로 인생이 버거울 때
12월이라는 변방으로 힘없이
떠 밀려온 우리네 가난한 영혼들
그 어떤 자가 합리화의 유혹도 없이
세월이라는 시간의 철도 위를
그저 맨몸으로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다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