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는 감방에 갇혀
꽁꽁 얼어버린 나의 자아로부터
아직 오지 않은 봄을 꿈꾸지만
실로 세상도 사람도 침묵이다
가끔 불어오는 찬바람만이
계면쩍은 듯 창가를 두드릴 뿐...
실로 살아 고독하기에
어느 깊은 산 홀로 선 고목처럼
검은 적막으로 가득 찬 긴긴
겨울밤을 하얗게 지새운 들 새삼스레
겨울의 위세가 그리 두려울쏘냐 만
그래도 본능처럼 봄을 꿈꾼다면
세월에 떠밀려 온 것이 아니라
세월과 함께 흘러 온 것이라니
그 어떤 고독과 외로움도 이제는
익숙한 그저 그런 세상사라 말하리
혹여 사랑한 시절도 있었어라
혹여 행복한 나날도 있었어라
그래서 중년이라는 인생의 간이역에서
잠시나마 모닥불 같은 안온한 추억을
더러는 군것질처럼 만끽한다면
벗이여! 나의 자아는
봄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가 따스한 봄이리니
그러므로 나를 죽이고 억압하는
겨울이라는 감방으로부터 나는 이미
탈출하였다 그리운 나의 벗이여!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