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목적 없이 인적 없는 산길을 걸었다
그래도 굳이 이유가 있다면 깊어가는 계절의 상념과
그림자처럼 동행하는 그대 향한 그리움 때문이리니
정처 없이 인적 없는 산길을 홀로 헤매니
인생은 언제나 홀로임을 깨닫는 일이라서
처음부터 동행은 없다 홀로 가는 저 세월처럼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사람이든 자연이든
영원하지 않기에 한겨울 잎새의 외투마저 입지 못한
헐벗은 나무들이 너무도 초라하고 무표정하게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아무 말이 없다
차갑기만 한 겨울 햇살이 허름한 나뭇가지 사이를
관통하며 산속의 적요한 고독을 괜스레 흔드니
죽은 듯이 고요하던 지난 세월의 추억들이
스쳐가는 바람결 따라와 무엇이라 알 수 없이 소곤거린다
어떤 추억들은 차라리 내 가슴 부여잡고
엉엉 울고 싶은 듯이 발길 돌리지 못하고 계속 서성대니
아 이별의 현실이 주는 서글픔이 산길 굽이 굽이마다
흰 눈처럼 쌓여 무거운 걸음 더욱 무겁게 만든다
그러므로 가슴속에는 어느 깊은 산속 응달 속의
그늘처럼 차가운 외로움이 한가득 고여 있다
아 그렇게 실로!!! 어디를 가던 고독이나 외로움이
없어지겠는가 세월이 흐를수록 세월의 나이테처럼
외로움은 절실하고 깊어만 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의 숙명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