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듯 나무잎이
진한 갈색으로 퇴색되면
생명 없이 가볍디 가벼운 나뭇잎은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힘없이
밑으로만 흐르고 흐른다
바스락 바스락 발길에 부서지는
낙엽들의 비명 속에서
마치 나를 애타게 부르듯이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
낙엽의 숫자 만큼이나
오랜 헤어짐의 시간이 흘러지만
지금 이 순간은 저 가로수 밑둥의
낙엽처럼 가슴에 그리움이 수북히 쌓인다
실로 늘상 내 안에 함께 하지만
가을이 무엇이라고 꼭 허전함으로
아니 쓸쓸함으로 이토록 밀려오는
그리움은 나만이 앓는 계절병이련가
낙엽 하나 주워 너도 나를 닮아 외로우련가
하는 동병상련에 보고 싶다, 그립다 속삭여 봐도
대답없는 낙엽의 침묵만이 그리움의 갈증을 더해준자
하지만 낙엽은 이미 알고 있다
이 세상의 낙엽은 스스로를 썩히어
새 봄이 오는 길목에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그렇게 나도
새로운 사랑을 하고 싶다 바로 이 가을에는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