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뜩 펼처본 오래된 일기장 속의
기억의 저편 가물 가물한 이야기처럼
세월의 흐름에 엷어지는 너와 나의 불구의 사랑
사랑은 정말로 스쳐가는 바람이었던가
기별 없이 오고 가는 바람처럼
말없이 왔다가 말없이 가버린 사랑이여
게다가 떠날 때는 무엇이 그리 아깝다고
가난한 마음이 더욱 가난해지라고
단 한 조각의 어색한 미소도 없이
뜬금없이 길을 떠나버렸으니
바람처럼 오고 가는 인연이 있어 그렇게
사랑이 있고 이별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홀로 살아온 세월의 무게 만큼의 감당치 못할
외롬으로 이리 헤메고 저리 헤메이던 사랑의 미로
나오는 곳을 모르면
차라리 뒤돌아 나오면 그만인 것을
그리움으로 추억으로 마음 아프게 헤메인 것은
아마도 먹이 때문에 미로에 갇힌 실험실의
쥐처럼 사랑이라는 그 달콤에 미끼에 죽도록
중독되었었나 보다 그리운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