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계절의 클라이맥스처럼 가을은
주체할 수 없는 감동과 설렘임으로 뒤범벅이 된다
아무 망설임 없이 높디 높은 고독의 가슴을
월장하고 마침내 주인장처럼 당당하게 행세하려 든다
그렇게 가을은 여름날의 열정을 되돌리지 못해도
세월의 흐름 앞에 식어버린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마치내 굳은 가슴에 아이들의 심술궂은 돌팔매의
파문처럼 끊임없이 찡하게 어지럽게 스며든다
아, 그렇게 적에게 항복하듯 가슴 한 귀퉁이를
허물어 이 가을의 흥취를 과식하듯 음미할라 치면
어쩔 수 없이 빈 창가에 홀로 앉아 소화하지 못한
배부른 그리움을 하나 둘씩 게워내야 한다
그래서 창 밖 넘어 저멀리 인적없는 가로수길의 날개없는
낙엽들만이 추락하는 새들처럼 떨어져 마침내 하나씩
외롭게 부서져 가는 가을의 기로엔 계면쩍은 햇살만이
가시처럼 서럽게 서럽게 나의 가슴을 찌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