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고 흐르는 것이 시간의 숙명이기에
젊음이 어느새 사라지는 세월의 선상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의 깊이만큼 부피만큼 무게만큼
사랑의 추억을 그리워하고 그리움의 추억을 사랑하고
그래서 허무의 극한만큼 마음 아파했나니
그러므로 나는 완전히 허물어져 철저히 외로우려니
나의 인생도 나의 사랑도 생명 없는 눈사람처럼
아니 진실의 형체 없이 언젠가는 사라져 가는 눈사람처럼
아프지 않은 날이 없고 슬프지 않은 날이 없었나니
그러므로 내 마음속 허무의 고독은 세상의 겨울보다
더 매서운 한파로 또 하나의 겨울을 만들었나니
고독의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날 나는 알았다네
인생은 운명이라는 심술쟁이가 만드는 눈사람처럼
나 홀로 긴긴 겨울밤을 울고 웃으며 지새워야 한다는 것을
그러므로 지금 이 땅에 내리는 흰 눈은
나의 고독한 눈물이 바람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돌고 도는 윤회의 쳇바퀴를 오늘도 타고 있는
또 하나의 일상의 이율배반적 진실이려니
그러나 벗이여 그것이 인생이기에
고독해도 살 수 있으려니 살아야 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