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나이 들듯이
저 가로수도 나이 들어
앙상한 가지만 벌을 받는 듯
하늘로 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볼품없다
미워하지는 않겠습니다
세상에 존재로 태어나
시간을 이기는 존재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곱게 정갈하게
나이 들어 이런저런
세상사에 소싯적보다는
부드럽고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살아 행복한 이유입니다
젊은 날 우리네 인생사는
가로수의 무성했던 이파리처럼
많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사랑이든 일이든 기타 등등
아름다웠어라 혹여 추하였어라
이런저런 분별의 추억들이
늦가을밤 넘치고 넘쳐납니다
그렇게 우리네 나이도
저 가로수의 나이테도
점점 늘어나고 늘어날 때
시간이라는 존재는
일직선으로 쉼 없이
흐르지만 동시에 사계절의
순환으로 반복되기에
희망과 절망이 교차되는
우리네 인생사처럼
저 가로수도 오늘에는
비록 앙상하지만 겨울 지나
새 봄이 돌아오는 것을 알기에
나도 가로수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