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나에게 그대는
대답 없는 메아리처럼
그저 허무함으로 가을의 쓸쓸함을
침묵으로 뭉개야만 하는 그리움의 연속
내 영혼의 나침반은 그대라는
극성을 잃은 지 너무도 오래
그렇게 가을바람 따라 무한의
허무를 맴돌고만 있다. 오늘도
사랑으로 진정 행복하였던가
반어적으로 되묻는 내 영혼의
시간은 그저 수척하기만 하다
나뭇잎 떨어진 길가의 저 가로수처럼
시간의 연속은 늘 새로운 것이지만
외로움의 흐름은 새로운 것이 없다 다만
끊임없이 기다리는 그리움의 그 무엇들
실로 그리움만으로도 행복하리라
다짐했지만 늙어간다는 존재의 숙명
앞에서 자꾸만 나약해지는 그래서 그렇게
나는 굴종하고 있다 도도한 시간의 힘 앞에서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