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 같이 날카로운 햇살이
대지를 향해 브레이크 없이
쏟아지는 한여름의 어느 오후
시간의 흐름은 더위를 피하려는 듯
아무 미련 없이 쏜 살같이 흐를 때
도로 양편의 플라터니스 가로수만이
불어오는 바람결 따라 고즈넉이
여름을 음미히고 있다
한여름의 무더위는 저 가로수나 우리나
모두 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이 뜨거운 여름날을 말없이 견디어 내는
저 가로수의 인고의 덕이 실로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나이 탓이련가
생각해보면 이 뜨거운 열기도
돌아오는 가을날의 풍요를 위한
하늘이 주는 계절의 고마운 노고인 것을
그렇게 봄으로부터 가을 그리고 겨울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계절의 순리인 것을
그리고 그것은 계절의 순환 속에서 사는
우리네 인간사가 마치 가을날의 풍요처럼
아름답고 진실한 사랑을 얻기 위하여
여름날의 무더위처럼 가슴 쓰린 그런 시간도
견디어 내어야 할 이유와 사명을 일깨우려는
이 여름날의 삶으로서의 의미이지 않을까!!!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