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깊이 사무치는 밤의 고요여
그렇게 오늘 밤도 고독이라는 기차는
나의 가슴 위로 기찻길인양 덜컥거리며 달린다
계절의 절정을 지나는 이 순간
고독이라는 기차는 잠시 쉬지도 못하고
끊임없이 영혼을 밟고 밤의 고요를 헤치며
늦가을의 끝으로 빠르게 치닫는다
살아서 무엇을 얻고 이루고 살았는지 스스로
반문해본들 공정하지 못한 세상의 이치에
가슴 한편이 서늘하게 무너지는 이런저런 사념
속에서 나도 모르게 무너지는 존재로서의 자의식
아 실로!!! 밤의 고요에 묻나니
밤으로서의 고요는 그 자신의 순수로서
이 밤 나의 영혼을 부끄럽게 하는 것인가
이겨낼 수 없는 物神의 유혹을 버리고
금욕을 따라 사는 인생이 얼마나 되는가
수천수만의 인생이 다 자기 잘났다고
한평생 바동거리다 마치 가을날에 낙엽 지듯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존재라는 유한의 무상함
그래서 어느 가울 벌판에 멈춰 선 기차처럼
영원한 적멸로 사라져 가는 것이다 너와 나 우리는
그렇게 가을은 다만 가을로서가 아니라
풍요와 빈곤이라는 야누스적 모습으로
그것이 마치 우리네 인생의 본래적 운명이며
행복과 불행이라는 이분법적 분별보다는
피할 수 없는 인과의 법칙 속에서
그냥 그렇게 살아내라고 침묵으로 속삭인다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