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점점 가을로 그늘지고
나의 세상은 언제나 인적 없는 변방이다
낮에는 청명한 가을 하늘이 부끄럽고
밤에는 영롱한 별빛이 두렵다
사랑은 적어도 나에게 사랑이라는 것은
내가 가질 수 없는 사치이거나 환락이라고
그래서 언제나 저만치 떨어져 있는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는 영영 소외된 외로움....
선택받지도 못한 혹여 선택하지도 못했던
그 사랑이 가을 들녘의 검푸른 낙엽처럼
아무 생명도 쓸모도 없이 그렇게 숨을 거둔 지 오래
하늘이 다시 한번 허락한다 하여도
아마도 사랑은 하늘처럼 높고 푸르러
내 가난한 영혼과 삭막한 가슴으로는
아무리 오르고 올라도 닿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끝처럼 그렇게 영원한 환상처럼
나의 운명으로는 잡을 수 없는 꿈속의 꿈인 것을
삶으로서 사랑으로서 나는 나의 이방인
그저 굽이쳐 흐르는 이런저런 세상사마다
나는 슬픔을 먼저 알았고 그래서 사랑도 슬펐나니
너라는 그리움은 저 멀리 세월의 강 건너
어느 높은 언덕 그보다 더 높아 오를 수 없는
높디높은 하늘.............. 그러므로
이제는 슬퍼도 슬프지 않고 혹여 또다시
아니 차라리 구태여 사랑할 이유가 없나니
나는 이 순간 외로워도 외로운 것이 아니려니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