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하늘빛이 유난히도 말간 게
마치 투명한 거울 앞에서 나의 가슴을
통째로 관통당하는 부끄러운 느낌은
아직도 나의 에고가 방황하기 때문이리니
아 산다는 게 무엇이련가
차라리 모른 척 잊은 척 단단하게
닫아두었던 내 안의 방황이 또다시
망각을 뚫고 나와 마치 길가의
웅덩이에 빗물 고이는 것처럼
이 가슴에 무겁게 젖어든다
저멀리 녹음 짙은 숲에서 전해오는
오월의 생명력으로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잠시나마 살아 있음의 감사함을 만끽하자고
소곤거리는 당신의 환청은 아마도
이 순간 나의 존재의 이유이려니
당신이 지금 여기에 없어도
나는 당신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늘 고독과 외로움의 음영 속에도
상록수처럼 사시사철 푸르게 존재하는 당신
그러므로 아 실로 고백하노니
오직 당신이 유일한 사랑이었다라고
늘 되새기는 그리움들이 비 그친
유리창 가에 보석처럼 반짝이며 맺혀 있다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