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장대비처럼 눈발이 휘날리는 밤
창 밖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빛나고
잠들지 못하는 나의 영혼은 듣는 이 없지만
무엇을 감출세라 소곤소곤 옛이야기로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있다
생각건데 눈 오는 밤이야 수없이 봤을 텐데
오늘따라 이 눈이 이렇게도 생소한 것은
아쉬운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마지막 밤이라
괜스레 나이가 드는 게 서러워서 그런 것인가
산다는 인생살이가 굽이굽이 돌아쳐
더러는 모른 척 잊은 척 버려야 할
이런저런 사연들을 흰 눈으로 하얗게 묻어
차라리 깡그리 잊으라고 이 밤 이 山野에
미친 듯이 눈이 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 기왕지사 올 테면 소나기보다 사납게
여름날의 장대비처럼 한 사나흘 줄기차게 내려라
사방팔방 도로가 막힌다는 세상의 하소연도
모두가 똑같이 앓는 가슴앓이라면
차라리 그냥 모른 척 잠시 발걸음 멈추고 오랜만에
눈 내리는 밤의 순결한 고요에 빠져 볼 일이다
아 !!! 잡을 수 없이 흘러만 가는 세월
어쩌면 외롭디외로운 지금 이 순간도
어느 먼 훗날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내 생애에 가장 포근한 겨울밤으로 추억 될 수 있게 !!!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