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어수선한 것에
봄의 마음이 몹시도 상했나 보다
푸른 구름 유유한 봄하늘은 방향을 잃고
제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것이 !!!
봄을 위해 눈뜨던 꽃잎들이
내리는 차가운 비에 맞아 혼절한 듯이
축 늘어저 홀로 고독의 아픔을 씹고 있다
봄으로서의 환희를 빼앗듯이 내리는 비 !!
유리창에 빗물 번지듯이 문득 가슴속 허무가 폭탄처럼
터지는 순간에 새로운 희망으로 꿈들대던 봄의 대지는
차가운 비속에서 파르르 떨고 있다 나의 마음처럼
하늘이 변해가는 것인가 ? 아님 혹여
우리네 마음이 변해가는 것인가 ? 그렇게
계절이 변하는 순리가 점점 사라져 가는 듯한
이 아침의 차가운 봄비는 지난 겨울의 무서운
냉기처럼 새로 돋는 들녁의 잎새들을
참으로 무던히도 괴롭히고 있다
아 그렇게 자연도 우리네 인생도 때때로 주어진
순리를 벗어나는게 또다른 순리라는 것을 깨달을 때쯤 !!!
지겹기만 이 아침의 봄비에 어느새 나의 가슴에도
세월 묵은 녹이 슬고 또다시 고독의 한기가 한없이 스며든다
by 한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