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듯 아니 오는 듯 들녁에 스미는 가을의 발자취
잎새에 단풍물 들 듯 알록 달록 커져가는 그리움은
여름날의 뙤약볕같은 고독을 돌고 돌아
멀고 먼 미지의 땅 낯설은 이방인처럼 나를 슬프게 한다
따듯한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가을의 들녁에서
어떠한 그리움과 추억으로도 채울 수 없는
마음의 빈터에 추수가 끝난 듯 홀로 선 텅 빈 고독
세상이 보내오는 황홀한 가을의 편지마다
빗물처럼 촉촉이 젖어오는 정체 모를 그리움은
또 얼마나 버겁고 난해한 이율배반적 외로움인가
또 얼마나 버겁고 난해한 이율배반적 외로움인가
그래서 애써 모른 척 외면하고 싶은 가을날의 서글픔이
길게 늘어지는 가을날의 희미한 그림자처럼
아름다워 쓸쓸한 가을날의 산야 위를 한결같이
홀로 외로이 걸어가고 나도 이제 황혼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