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고독은 실화고
더러는 내면의 전쟁이다
그래서 조용한 정오의 거리
가로수마저 침묵만이 가득할 때
내 영혼의 정수리에 시원한
한줄기 소나기처럼 그대가 그립다
그립다는 일조차 행복함을 느낄 때
또다시 사랑이라는 허망한 꿈은
고장이 난 비행기처럼 항로를 벗어나
더 커져 버린 고독의 날개를 달고
절망과 어둠의 세상을 날아다닌다
그래서 그렇게 유월은 무미건조한
세월의 흐름에 실현 불가능한 상상을
불러일으켜 마약에 취한 것처럼
외로움의 하루하루를 버티어 내게 해준다
그대의 그대가 될 수 없다는 나의 운명이
실로 부끄럽고 미안하고 죽도록 애끓다
벗이여 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만 그대가 존재한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백 가지가 되고 천 가지가 되는 것이다
벗이여 그대는 내 생애 처음으로
외롭고 거칠던 내 영혼의 황무지를
사랑이라 생명이라 행복의 열매를 가꾸어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었던
바로 나의 내 삶의 존재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제는 벗이여 그대라는
내 사랑은 내 인생은 내 영혼은
이제 나의 언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대에 대한 사랑이라는 그 신화는 그저
하나의 상상일 뿐이다. 그래서 고백하건대
나는 사랑을 버리기로 작정했다
나를 위하여 그리고 그대를 위하여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추억에 그리움
그 하나만으로도 감사했음을 느끼는
그 사랑이라는 영원한 인간 존재의 숙명을
나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