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인적 없는 밤거리가 더욱더
외로울세라 헐벗은 가로수들이
침묵으로 선 채로 나를 굽어보는
겨울밤 나는 실로 너무도 외롭습니다
벗이여 반겨주는 이 없는 자취방에서
밤이 새도록 홀로 창가를 서성이며
하얀 입김처럼 형체 없는 그리움으로
영혼의 허기를 채워야만 하는
겨울밤 나는 실로 너무도 외롭습니다
벗이여 내가 죽도록 외로운 건
기억의 저 건너! 추억의 저 건너!
그리운 얼굴들이 보고 싶은 사람들이
뒤돌아 보지도 못하고 망각의 강을
건너는 그 뒷모습마저도 이제는
놓아주어야 할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겨울이라는 냉혹한 삶의 터전에서
날씨보다 더 차가운 그 하루하루의
인생살이가 시나브로 쓸쓸함을 더해갈 때도
벗이여 그토록 사랑하는 벗이여
잡을 수 없는 하늘 끝 이름 없되
영원히 빛나는 그 아름답고 신기한
별처럼 그대는 아련한 외로움이자 또
하루를 살아야 할 기다림의 이유입니다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