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벌써 짓눌려서 그런 것인가
그냥 스스로의 본능처럼 몇 날을
죽음같은 침묵으로 지냈습니다
침묵의 깊이만큼 서러워진 규정할 수 없는
행여 하는 마음들이조각되어 흩어져
세상의 변방으로 밀려난 외진 그곳에는
나그네의 고독만이 존재합니다
끊임없이 내리 꽂히는 햇빛의 창 사이로
문득 문득 들려오는 그리움의 신음 소리
하지만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 것인가
겨울날의 두터운 외투같은 그대의 의미를
훌훌 벗어 버리고 이제는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림자 마저 벗어버린 투명인간처럼
그냥 텅 빈 가슴으로 헐벗고 서 있습니다
한 때나마 그렇게도 기다린 이유도
또 한 때나마 그렇게도 그리던 까닭도
이제 한 줌 바람처럼 공허로 나를 스쳐갑니다
그러므로 세상은 여름날의 무더위에
요란한 소란만이 한없이 넘쳐나지만
내 안은 고독의 텅 빈 차가움으로
죽은 듯 얼어있는 한겨울 깊은 잠 기나긴 동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