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종교와 철학으로도
왜 사는지 분명히 설명하지 못하지만
기왕지사 차라리 잘나게 살고 싶은 세상
실로 산다는 게 웃음보다는 눈물이
더 흔하디 흔한 인간사이리니 결국은
모두 다 소멸이라는 궁극의 문 앞에서
그래도 한 세상 살았다는 스스로
위안에 얼마나 어떻게 만족하여야 하는가
아! 그러므로 살아 있는 이 순간
행복하게 살아 보고 싶어라
불행과 벗하지 않고 세상사 그 어떤
일마다 뜻하는 바대로 이루어지리니
가을 하늘의 투명함이 우리네 가슴을
시원하게 안아주는 세상을 살고 싶어라
그래서 산다는 고단함과 괴로움과 노여움
이가을의 신비함에 한 조각 남김없이 녹아버려
잠시나마 세상의 그 무엇으로 존재함이
한없는 축복이고 행복이라 그리 느끼게
가벼이 가벼이 가을바람처럼 살고 싶어라
굽이쳐 흐르는 세월따라 또 그렇게 굽이쳐 흐르는
우리네 인간사가 아무런 원망도 없이 미련도 없이
환한 가을 햇살 아래 저 순수의 아기들처럼
진실의 알몸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어라 이 가을에!!!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