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란 이야기의 기승전결의 전개처럼
어느새 봄에서 여름으로 점점 시간이 흘러갑니다
저 멀리 구름이 바람에 떠밀려 미끄럼을 타는 듯이
산등성이를 따라 아래로 흘러내리는 이 아침
문득 나의 삶이란 시간의 길이나 넓이가
어찌할 수 있는 나의 소관이 아니라는 생각에
어쩌면 바람에 떠밀리는 저 구름처럼 나의 운명도
지금 여기까지 이렇게 정처 없이 흘러왔나 봅니다
세상의 열기는 다가오는 여름을 위해 서서히
다라 오르지만 아직도 나의 가슴은 차갑기만 합니다
실로 나도 가슴 한구석에서는 뜨거운 그 무엇이
오월의 장미처럼 환하게 피어오르기를 바라지만
죄 많은 지난 시간의 업보처럼 냉기만이 가득합니다
괜스레 감기 걸린 아이처럼 훌쩍거리는
추억의 시간이 너무도 쓰라린 오월의 푸르름이여
콧물 풀어내듯 이제는 그만 잊고 싶은 그리움들이여
아 그렇게 오월의 어느 날 아침
나는 걸리지도 않은 감기에 걸린 듯이
고독이라는 미열 속에서 나 홀로 혼미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건대 지난 시절 나의 오월도
세상의 오월처럼 그대의 의미로 나의 가슴이
짙게 푸르고 향기 나는 그런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기쁨의 추억마저도 이제 기운이 빠지면
나는 텅 빈 창가에 서서 이방의 낯선 언어처럼 웅얼거립니다
새로운 사랑으로 나를 불태우게 하소서
그래서 고독의 회색빛 재보다는 새로운 환생의 불꽃으로
오월의 잎새처럼 푸르게 사랑을 하게 하소서
그래서 나의 지난 시간의 모든 죄를 태워
다시 태어난 환생의 시간이
한없는 미움과 절망과 분노보다는
오월의 그 푸른 순수와 순결처럼 생명의
그 버릴 수 없는 고귀함으로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