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없는 밤길을
나 홀로 걷는 라면
내 귀에는 가로수가
헛기침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도 사람이 그리워서
그런 것이려니 하는
생각에 괜스레 한번 더
쳐다보게 되는 겨울밤
靜中動의 덕을 아는
저 가로수 빈가지에는
차가운 눈꽃이 만발하지만
안으로는 봄에 필 새싹을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겠지
말 못 하는 미물도 세월을
지켜내는 존재로서의
지혜가 참으로 위대하구나
하물며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우리네 삶은 무엇이더냐
너무 많은 것으로부터의
소유욕으로 가득한 인간사
명예와 돈으로 평가되는
단순화된 인간의 가치와 존엄
나무의 덕을 보아라
그 많던 잎새들을 내려놓고
엄동설한을 견디어 내어
돌아오는 새봄에 새로운 생명을
고요히 준비하는 나무의 지혜를
그렇게 텅 빈 충만으로
풍요롭게 살고 싶어라
살아 존재하는 순간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