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절망이라 부르고 싶은
차가운 겨울비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독의 응축상태
소외라는 고독의 감옥에 갇혀
습관처럼 어루만지는 지난 추억들이
자꾸만 아쉬움과 미련의 한숨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겨울밤
아무도 오지 않을 줄 알면서
빈 창가에 어슬렁거리는 발걸음마다
절룩거리는 자존심이 낯설기만 하다
생은 본질은 원래 그런 것이라는
스스로 염치없는 위안이 괜스레
쓴웃음을 불러오는 것이 오직
이 세상에 나뿐만이 아니길
실로 인생은 세월과 함께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더러는 좋은 형편과 나쁜 상황이
서로서로 맞물려 물처럼 흐르는
것이려니 그냥 웃어 넘기기만 하리라
벗이여 돌이켜 생각해 보면
세상에 겨울 가고 봄이 오듯이
단 한 번의 희망만을 위해서라도
사는 게 우리네 존재의 본능이려니
허무한 웃음으로도 번뇌와 집착의
굴레를 벗어나 우리네 존재의 가치가
실로 저 우주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리니
나는 소망하리라 나의 못났던 삶도
최고보다는 최선의 노력이었음을
그러므로 벗이여 그대와 나 그 누구도
이 세상에 귀하지 않은 존재는 없으리니
못난 삶이라는 부끄러운 삶이라는
자책보다는 이 우주의 가장 고귀한
존재라는 고유성으로 이 겨울의 시련을
이겨내야 하리라 나의 벗이여 그리운 벗이여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