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에 반사된 새하얀 달빛이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는
깊은 산골짜기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홀로 밤을 지새우는 운명이련만
그래도 올곧음의 자존심으로
이 한겨울에도 푸르디푸른 기상을
가슴에 한가득 품고 꼿꼿한 자세로
흰 눈을 맞으며 하늘로 뻗어 있다
北風寒雪 사납게 몰아칠 때면
차라리 잎새를 버리어 그 한 몸
가벼이 가벼이 만들어 그래서
가지가 꺾어지고 몸통이 부러지는
인생의 고난도 피할 수 있으려 만
무겁다는 말도 없이 묵묵히 버티어낸다
계절 따라 황사와 번개와 천둥과 무더위가
그의 지조를 시험하는 듯 온갖 횡포를
부리더라도 그는 기필코 버티어 낸다
왜냐하면 이 세상 모든 이에게 그의 삶처럼
정의와 진실이 세상의 어떤 유혹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바로 그런 세상을 꿈꾸기에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