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자리

[스크랩] 여직원과 바람 피고, 부도낸 남편이 원망스럽다. 스님은 뭐라실까?

한미르여 부활하라 2009. 7. 8. 12:32

사람들은 극에 달해야 지금이 행복하다는 걸 압니다. 저 역시 그렇구요. 오늘 스님께 질문하신 분은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원망이 많으시답니다. 전 이 보살님이 참 부럽습니다. 바람피는 남편을 두어서 말이죠. 전 제 남편이 바람이라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어디 살림이라도 차려서 저 보란듯이 웃으며 잘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파서 있는 것보다 바람이라도 피우는 것이 훨씬 행복한 일입니다. 마음이 벼랑끝에 서 있습니다. 남편이 아프기 전에는 늘 웃을 일이었는데 지금은 늘 울 일입니다. 남편이 치료하고 좀 좋아졌을 때는 행복했는데 다시 아프기 시작하니 불행한 사람이 됩니다. 일체유심조가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기독교에서는 신은 시련을 주실 때 그 사람이 감당할 만큼만 준다고 하지요. 아마 이 말을 불교에서는 지은 인연만큼 받는 것이라고 할 겁니다. 그러니 지은 사람도 나고, 받을 사람도 나니 못 받을 이유가 없겠지요. 과보를 피하겠다는 생각은 없는데 준비가 덜 되었나 봅니다.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이, 참는다는 것이, 참 힘듭니다. 

 

질문

 

남편이 5년형을 받고 수감 중이며 구속된 후 회사 여직원과 함께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남편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1년 후면 남편이 출소하는데 제 마음 속에는 미움과 원망이 가득합니다.


 

법륜스님 법문

 

 

                                                  <즉문즉설 하시는 법륜스님> 

 

  

이 얘기에서 원리를 가만히 생각해 봅시다. 남편이 회사 여직원하고 몇 년 살림을 살았는데, 그때는 내가 몰랐기 때문에 하나도 괴롭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남편이 그 여직원과 살지 않고 감옥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도 나는 괴롭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괴로움이 ‘남편이 그 여자하고 살고 있느냐 아니냐’에서 온 게 아닙니다. 괴로움은 다 내 마음이 만든 것입니다. 그때는 내가 문제 삼지 않았으니까 괴롭지 않았고 지금은 문제 삼으니까 괴로운 것입니다. 내 남편이 다른 여자하고 절대 만나지 못하도록 감옥에 있는 게 낫겠는지, 살짝살짝 다른 여자를 만나더라도 회사 운영하면서 집에 오는 게 낫겠는지 지금 선택을 한번 해 보세요. 회사도 운영하고 다른 여자도 안 보면 물론 좋겠지만, 인생이 내가 원하는 대로 모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니까, 선택하라면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어요?

 

인생이 괴로운 건 욕구때문에 그렇다. 

욕구를 놓아버릴 수 없거든 나한테 유리한 쪽으로 취사선택해라.



우리에게는 많은 욕구가 있는데 그것들을 한꺼번에 다 이룰 수가 없습니다. 또 다 이루어지는 게 좋다면 여러분은 마왕 파순의 제자들입니다. 마왕 파순은 그것을 다 들어 줍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런 욕구 때문에 우리 인생이 괴롭다, 그것을 놓아버리면 인생에 괴로움이 없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저렇게 놓아버리는 게 첫째 해결방법이고, 안 되면 내가 나한테 유리하도록 취사선택을 하는 게 둘째 해결방법입니다. 비오는 날은 나막신 장사하는 아들에게 좋고, 맑은 날은 짚신 파는 아들에게 좋다고 생각한 어머니 이야기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편이 명문대에 입학만 하고 졸업은 못했다는데 졸업한 것보다 입학하는 게 백배는 더 중요합니다. 입학했다면 그 사람은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했다는 말인데 돈이 없어서 학교를 못 다녔으면 열등의식의 상처가 클 거예요. 누구든지 그 정도의 재능이면 명문대 가보지도 않고 다녔다고 거짓말할 판인데, 그래도 합격을 하고 좀 다녔으니까 졸업했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 남편은 그래도 명문대 입학한 똑똑한 남자’라고 오히려 졸업한 것보다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회사를 엉망진창으로 운영했다는데 그 회사 누가 만들었어요? 남편이 만들었다면 어쨌든 재능이 있는 사람이에요. 능력 없는 사람은 취직도 못 해서 살기 힘든 세상에 회사까지 만들어서 직원까지 거느렸으니 남편은 능력 있는 사람이에요. 괜찮은 남자 만났어요. 잘 생각해 보면, 내 바라는 대로 안 되었다고 해서 괴로워하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무슨 특별한 일 아니에요.

 

부부간에 화합해야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부부간에 서로 미워하면 아이들한테 정신분열을 가져옵니다. 상대가 어떻든지 내가 남편(아내)을 좋게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가져옵니다. 그게 부모로서 자식을 보호해야 할 의무입니다. ‘우리 남편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 내가 좋습니다. 거짓말을 했든 사기를 쳤든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에요. 지나가버린 일을 자꾸 되새기는 것은 나한테 불행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지금, 여기’에 깨어 있어야 합니다. 지나간 상처에 늘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인생살이가 괴로운 것입니다.

일 년 후 남편 나올 때를 생각하셔서 절에 나와 법문 듣고 수행하시고, 애들하고 잘살다가 남편 오면 따뜻하게 맞이해 주세요. 아이들 생각해서 여러 모로 볼 때 아직 서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겠습니다.

 

스님 법문을 들으면서 전 지금도 얼마나 오만한 지, 아직도 정신이 덜 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전히 분노하는 업식이 있고, 여전히 외면하는 업식이 있고, 여전히 누구를 탓하는 업식이 있습니다. 이 정도의 시련으로도 부족해서 내 자존심이 상할까봐 의연한 척 합니다. 무릎을 탁 꿇고 펑펑 울지도 못하고, 더 깊이 참회하지도 못하고, 마음을 더 활짝 열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전 스님께 이 분처럼 질문도 못합니다. 질문해서 제가 원하는 대답이 안 나올까봐, 질문해서 내가 상처를 입을까봐 여쭙지도 못합니다. 비라도 앞이 보이지 않게 왔으면 하는 날입니다. 

 

 

 


출처 :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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