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에게
존재의 가벼움이
너무도 가볍고도 가벼워
욕망의 무거움이 더욱더
나를 슬프게 짓누르는 새벽이다
숙면의 깊은 밤은 이미 잊은 지가 오래 무엇이
불안하기에 매일 새벽을 홀로 맞이하는가
북서쪽 하늘에 홀로 덩그러니 걸려있는
저 달도 지난 밤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던
그에게는 어둠이 오히려 기쁨이리니 아마
그도 어둠이 물러가는 이 새벽이 외로운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내가 외로운
이유는 새벽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나를 외롭게 하기 때문이다
존재의 가벼움과 욕망의 무거움 사이의 모순에서
아! 나는 밤하늘을 헤매는 박쥐가 되어
밤의 고요를 겉돌고 초라한 날개를 퍼덕이며
이룰 수 없는 탐욕의 노래를 밤하늘에 외치고 있다
새벽의 순결함이 세상을 고요로서 위로하지만
스스로를 속이고 속으며 살아온 나의
병든 영혼은 다만 갈 곳을 몰라 헤매고 있다
긍정의 반성보다는 부정의 후회가 차라리
진실인 것처럼 살아온 지난 시간들의 결과로써의
오늘의 나에게 스스로 무엇 하나 진실하게 내세울 게
없음에도 또다른 내일의 탐욕을 속삭이는
나는 영원한 모순 그 자체의 화신이련가
유한한 생명의 서러운 끝이 점점 서둘러 다가오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아직도 다 끊어내지 못한 선과 악의 혼돈이
감당할 수 없는 업보처럼 아직도 나의 영혼을 압도한다
아! 이제 나의 불쌍한 영혼은 이룰 수 없는
순수와 순결과 무욕을 소원하기보다는
차라리 거짓과 위선과 탐욕의 그 진실 앞에서
금단의 열매를 먹어버린 용서받지 못할 인간이
되려 하나니 아! 벗이여 실로 고백하건대
나는 무엇으로 용서를 받아야만 하는가
무엇으로 진정한 용서를 구해야만 하는가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