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에게
벗이여 나는 지금 떨어지는 낙엽만이
고요의 정적을 산산히 가로지르는 인적없는
창가에 천년의 망부석처럼 홀로 앉아 있습니다
저물어가는 서녁의 노을 속에서 그대는 모른 척
조용히 내게 등을 보인 채 점점 깊어 오는 가을날의
쓸쓸함처럼 내 마음에 그리움 만으로 짙어져 옵니다
아 !! 그대여 가을은 왜 그렇게 쓸쓸해져야 하는지요
몸서리치게 고독하고 외로워져야 하는지요
그대는 영영 나의 쓸쓸함을 사랑할 수 없는지요
고개 돌려 나를 향해 그대의 환한 미소를 지을 수는 없는지요
그러나 실로 나는 압니다
등을 돌려 남몰래 감춘 그대의 진심을
그대의 울음을..... 그대의 순수한 영혼이 쏟아내는
숨죽인 울음 속에 감춰진 나보다 더 큰 외로움을 슬픔을 .....
아 !! 그대의 눈물은 가을 하늘의 청명함처럼
진실로 깊고 투명합니다 그러므로 고요히 흐르는
그대의 눈물이 나의 갈증났던 영혼의 심지를 깨웁니다
서녁의 노을로 지는 보라색 그리움으로
이 가을의 쓸쓸함을 홀로 삭일 때
그대의 등 뒤에서 차마 아무 말도 못하는
이 답답함조차 이제 내게는 한없이 깊은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가을은 어쩌면 한 해가 다 저물어가는
종말의 서막이라고 해도 결코 슬퍼하지 마십시요
실로 길가의 낙엽도 어느 먼 훗날 이 땅의 새로운
생명들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 위해 지금의 모진
고난을 인내로 희망으로 그렇게 가을을 맞아들입니다
그러므로 벗이여 그대여 울지 마세요
혹여 아무리 세상이 잎새를 벗은 가로수처럼 그대의 영혼을
외롭게 하여도 나는 언제까지나 그대의 푸른 잎새가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살아서는 그대의 행복의 광합성이 되고
내가 죽어서는 그대의 희망의 거름이 되어
영원히 그대 곁에 머무르겠습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