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벗에게
한미르여 부활하라
2015. 10. 5. 12:32
내 인생의 계절은 이제 가을입니다
세상의 계절도 그러하듯이 벗이여
괜스레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이
무슨 마음의 병이 들어서는 아니겠지요
다만 그것은 낙하하는 낙엽이 혹여
우리네 인생처럼 이 세상에 오고 가는
숙명의 상징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천 년을 산들 만 년을 산들
인생이 오고 가는 것은 필연입니다
내 주어진 생의 시간 어디쯤 아마도
절반의 시간이 기운다 하여 그렇게
서러워할 일도 화날 일도 아니지만
다만 가을의 기운이 깊어지는 것이
고백하건대 그래도 조금은 서글픈 것은
힘겹고 아름답지 못했던 내 인생의
봄과 여름이 소리 없이 떠난 것이 못내
아쉽고 안타까운 것을 이제야 가슴 치며
후회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고독과 외로움의 그림자 속에
갇히어 생기 잃은 삶의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나의 인생이었고 나의 시간이었고
나의 운명이며 나의 땀과 눈물이었던
지난 시간의 인생은 나름대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이 가을은 실로 쓸쓸합니다
그래서 언덕에 올라 지나온 인생의
뒤안길을 돌이켜 보면 살아온 발자국마다
낮게 드리운 슬픔이나 서러움이 떨어지는
낙엽의 숫자만큼이나 많이 맺히는
이 가을을 서정을 무엇이라 정의할 수 없음에
나는 오늘도 외로움의 나그네가 되려 합니다
--- 한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