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그래도 주식투자를 하는 이유

한미르여 부활하라 2012. 5. 26. 14:02

 
피델리티 펀드의 창업자인 에드워드 존슨 2세는 주식시장을 매혹적인 여성에 비유했다. 너무나 아름다우면서도 한없이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영원히 마음을 어지럽히는 여인, 그는 이 수수께끼 같은 미지의 여인에 푹 빠져 평생을 보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었으나 끝내 이 여인을 손에 넣을 수는 없었다.

에드 존슨이 처음 주식시장의 매력에 마음을 빼앗긴 게 1924년이었다. 미국 역사상 제일 화려했고 가장 흥청거렸던 시기로 꼽히는 재즈 시대의 한복판이었다. 재즈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가 '위대한 개츠비'를 발표한 게 1925년이었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 역시 도저히 닿을 수 없는 환상과 이상을 좇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다.

개츠비에게 환상과 이상은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사랑에 빠졌으나 그의 가난 때문에 떠나간 여인, 그 여인을 되찾기 위해 개츠비는 온갖 궂은 일을 다한 끝에 마침내 부호가 돼 5년 만에 돌아온다. 그리고 멀리 바다 건너편 데이지가 사는 저택 선착장에 켜져 있는 초록색 불빛을 응시한다. 그는 은빛 후춧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별들을 바라보며 어두운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뻗는다.

이 작품의 화자인 닉은 이 순간을 이렇게 전한다. "개츠비가 부두 끝에 있는 데이지의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았으리라."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닉의 말에 개츠비는 큰 소리로 외친다. "과거를 반복할 수 없다고요? 아뇨, 그럴 수 있고말고요! 전 모든 것을 옛날과 똑같이 돌려놓을 생각입니다." 그리고는 마치 과거가 집 앞 그늘진 구석에 숨어있기라도 하듯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에게는 얼마나 꿈같은 시절이었던가.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는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한동안은 그녀가 나를 차버려 주었으면 하고 바라기까지 했지요. 나는 본래의 야망과는 멀어진 채 순간순간 점점 더 깊이 사랑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야망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게 되었어요. 그녀에게 앞으로 할 일을 들려주면서 훨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도대체 거창한 일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데이지는 그 무렵 난초향을 풍겼고 쾌활하고 명랑했다. 그러나 돈과 안락을 좇아 부잣집 자제 톰 뷰캐넌과 결혼했다. 이제 개츠비는 시계바퀴를 5년 전으로 되돌리기 위해 애쓰지만, 오히려 톰과 데이지 부부에 의해 희생물로 이용당하고 목숨까지 잃는다. 사실 데이지는 사랑 받을 가치조차 없는 이기적인 속물일 뿐이었다.

마치 주식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매혹적인 시장에 도전하지만 변덕스러운 시장에 의해 버림받고 내동댕이쳐지듯 개츠비도 그렇게 파멸 당했던 것이다. 그렇다.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이나 이해할 수 없는 사건과 마주치는 순간이 있다. 아무리 애써도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 그 신비함과 강력한 힘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어차피 양파껍질처럼 아무리 벗겨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게 주식시장의 비밀이고 투자의 의미다. 그 껍질 하나하나가 바로 양파고, 우리가 매일매일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 자체가 바로 시장이다. 시장은 이길 수 없다. 한없이 매혹적이지만 절대 고분고분하지도 않고 언제든 믿음을 저버릴 수 있다.

뜬금없이 개츠비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이 흔들릴 때일수록 투자자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제목처럼 개츠비가 위대한 것은 비록 닿을 수 없다 할지라도 미래를 향한 믿음을 간직했기 때문이다.

모든 투자자들이 다 나름의 상처를 안고 있다. 제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라 해도 여러 차례 손실을 보았을 것이고, 수없이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해봤을 것이다. 비록 상처입고 아픔을 겪는다 하더라도,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떠밀려가면서도 계속해서 앞으로 앞으로 노를 저어 나아가야 하는 게 투자자의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