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벗에게

한미르여 부활하라 2009. 6. 30. 20:01

 

 

때로는 한밤의 고요가  한낮의 부산함보다

더  많이 우리에게 세상의 진실을 이야기하듯이

 

 늦은 밤 홀로 감당해야 하는 외로움의 정점이

우리가  망각이라  이름하는 그 세월 속에  말없이  

사라져 간  슬픈 사랑이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목메어

그리워해야 하는 가장 기쁜 사랑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잊은 듯 잊힌  듯 외면할지라도

실로 순수했던 사랑의 추억은 좁디좁은

가슴속 그리움의 호수를  찰나마다 범람하고

마침내  몸과  마음으로 빗물처럼 여울져

 온종일 이슬비 같은 눈물로 축축하게 영혼을 적신다

 

 차라리 지금 창 밖에 절박하게 쏟아지는 빗물에

말끔히 씻겨 가도록  버리고 싶은 추억의  낡은 일기장들

흐려지는 눈동자의  초점이 점점 어두움으로 조여 올 때

저 멀리 가로등 불빛 따라 가물가물 떠오르는 추억의 찰나들

 

 비구름 가득한  밤하늘의 적막한 그림자가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처럼 뚜벅거리며 걸어올 때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는 답답함의 장대가

가슴을 휘휘 젓는 견딜 수 없는 인생의 원초적 모순

 

 인생의 나이만큼  쌓이고 쌓이는 고독의 분량으로 

우리의  허기진 영혼을 채워나가야만  하는  

하루하루의  삶이 너무도 익숙해져서 그런 것인가 그러므로

삶은 눈물로  와서  눈물로 가야만 하는 위선의 행복한  여정

 

  아 그러나 차라리  행복이라는 유희를  버리어

점점 소멸로 치닫는 존재의 진실을 깨닫는 이 밤의

숙명  앞에서 그래도 가슴에 아직도 붉디붉은 피가

맴도는 것을 느낀다면 비로소 우리는 실로

어쩔 수 없이 사람이 그리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진실로 절실하게 사랑이 그리운 것이다

 

--- 한미르 ---